[ 일상 ]/일상 스크랩

어느 일요일 오후의 상념...

심플한 늘보 2013. 12. 8. 17:21

일요일 오후...거실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방에서 시험공부중이던 딸아이가 물을 마시러 나온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3시가 다 되어간다.

배가 고프냐고 물으니 아직 안고프단다.

비록 아침을 늦게 먹기는 했지만 뭐라도 좀 먹어야 될 거 같아서

뭐 먹을래?하고 물으니 뭐가 있느냐고 묻는다.

뭐가 있긴...밥, 라면, 빵이지 뭐...라고 했더니 그럼 라면! 하면서 씩 웃는다.

라면을 끓이려고 일어나다가 그럼, 네가 라면 끓일래? 했더니

흔쾌히 그러겠단다.

딸래미가 끓여준 라면을 먹으며 요즘 한창 뜨고있는 아이돌 가수에

대한 딸래미의 수다를 들으며 아이를 보고있자니...어느새 이렇게 컸나...싶다.

 

문득 얼마전의 일이 생각났다.

몇일전, 세달째 날 괴롭히고있는 등의 통증때문에 정형외과를 찾았다.

혹시 디스크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는데, 디스크는 아닌 것 같고

뭔가 무거운것을 들거나 무리해서 척추에 있는 인대가 늘어난 것 같단다.

그러면서 그 경우에는 병원에서 달리 해줄 수 있는것이 없단다.

그냥 안정을 취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을거라고...

병원 온 김에 몇일치 약 처방받고 물리치료를 받으란다.

물리치료실로 갔더니 치료사분께서 어디가 아프냐고 한다.

그래서 의사선생님께 들은대로 이야기를 했더니 웃으며 무리하시면

안되겠네요 한다.

나...근데요, 그게 나 혼자 살면 모르겠지만 나같은 주부가 어디 맘대로 되겠어요?

     챙겨야할 식구들도 있고...집안일이란게 어디 그런가요...?

치료사...그건 그러네요...(웃음)...그럼...애들은요?

나...애들이 가끔 설겆이 같은거 도와주기도 하지만 중딩, 고딩되니 요즘은

     얼굴보기도 힘들어요.

치료사...그 나이때가 되면 그렇게 되나요?

나...그렇죠...학교에서도 늦게도 끝나지만, 학교 끝나면 학원가서 늦게오기도 하고

      고등학교는 야간자율학습땜에 10시 넘어서야 오고, 주말이면 친구들 만나랴...

      제대로 얼굴보기가 정말 힘들어요...웃음.

치료사...그렇겠네요...

나...애들이 많이 어린가봐요.

치료사...(웃으면서) 네

나...일하시느라 아이들 챙기시느라 많이 힘드시겠어요.

 

치료사분이 웃으면서 뒤돌아 나가다 문득 생각난 듯 물어본다.

 

치료사...저한테도 그런날이 오겠죠?

나....그럼요. 반드시 오죠. ^^

 

직장맘 만큼은 아니겠지만 전업주부로써 나 역시 아이들이 어렸을때

아이들 키우랴, 살림하랴...종종거렸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 어느날, 유치원에서 하교하는 둘째녀석과 엘리베이터를 타러 서 있으니

윗집 아주머니께서 때마침 외출했다 들어오시면서 우리랑 마주쳤다.

종알종알되는 둘째녀석을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시다가 나한테 그러셨다.

힘들겠다고 생각되겠지만, 어서 애가 컸으면 좋겠다고 생각되겠지만...

그래도 그때가 제일 좋다고...지금 정말 행복한 시절을 살아가고 있는거라고...

온 관심이 아이들에게 쏠려 내 생활이라고 눈꼽만큼도 가지기 힘들었던 그 시절,

아주머니의 그 말씀이 그렇게 내 마음에는 와닿지 않았었다.

나도 그 시절에는 아이들이 어서어서 커서 좀 편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기에...

 

이제 아이들이 커서 중딩, 고딩이 되고 내 품에서 한발 걸어나가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니

그때 그 아주머니의 말씀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어쩌면 몇년 지나 지금보다 더 나이가 먹으면... 나 또한 아이들과 복닥복닥되는 엄마들한테

그 아주머니처럼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때가 참 행복한 시절이라고...지금 좋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거라고...

 

그 치료사분은 알까?

나중에 아이가 커서 지금 치료사분이 그토록 바라는 그런날이 왔을 때

치열했던 지금의 시절이 문득문득 그리워 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