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8일... 출발
생각치도 않았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신랑이 회사 20주년 근속기념으로 5일간의 휴가를 받게 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휴가철이 아닌 시기에 5일간의 휴가를 받는 일이 처음인지라
애들 방학때 동남아쪽으로 여행을 다녀오자고 계획했었다.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마침 큰애의 기말고사도 끝났고(큰애가 중3인지라 다른 학년보다
한달 일찍 기말고사를 쳤다. 고입내신을 내기위하여...) 겨울방학이면 여행경비도 더 들것이고
날씨도 늦가을에 접어들어가니 여행하기에 좋을 것 같았고, 이리저리 따지다보니 신랑만
괜찮다면 겨울방학에 가는 것보다 차라리 11월달에 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었다.
그리하여 신랑과 급히 의논에 들어가서...신랑의 오케이를 받아내고, 갑자기 결정해서 가는
여행인지라 선택의 여지가 없이 패키지여행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베트남 다낭이나 앙코르왓트쪽을 알아보다가 유럽, 이집트 쪽까지 상품을 살펴보게 되었고,
고민고민하다 신랑이 여행사에 혹시 추천하고픈 상품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이번에 다녀 온
이탈리아 상품을 여행사에서 소개해 주었다.
출시된 지 얼마안된 상품으로 가격대비 구성이 상당히 잘 나왔다는 것이었다.
고민끝에 이탈리아로 결정...
이렇게하여 계획에 없었던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
상품을 예약하고 보름을 기다린끝에 드뎌 출발일이 되었다.
막상 여행을 예약하고 나서 알아보니 이탈리아는 지금이 우기라고 했다.
이탈리아는 여름이 건기이고, 겨울이 우기란다.
우리가 여행가기 일주일전에는 이탈리아에 큰비가 내려 홍수가 나서 베네치아가 물에 잠겼다는
뉴스까지 접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통해 접한 이탈리아 날씨는 계속 비...ㅜㅜ
게다가 이탈리아는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호텔에서 난방을 해준다고...
밤에는 많이 춥다고, 잘때 입을 옷을 두꺼운 옷으로 잘 준비하라는 소식까지 접하고나니
고민끝에 결정한 여행인데 이거 잘 못 잡은거 아냐...?하고 출발전에 많이 걱정을 했더랬다.
이미 대금까지 치뤘으니 안갈 수 도 없는 노릇...
날짜를 촉박하게 예약을 한거라 다른나라로 상품을 변경할 수도 없었다. 변경시에는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상황...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이탈리아를 향해 출발~ 했다. 좋은 여행이 될거라고 스스로 세뇌시키면서...ㅋㅋ
이번 여행에서는 러시아항공인 아에로플로트항공을 이용해서 모스크바에서 환승했다.
여행전에 검색해 본 바로는 러시아항공이 많이 불친절하고 연착도 많고 별로라는 글이 많아 걱정했었는데
승무원들도 친절했고(승무원들이 잘 웃지는 않더라...^^), 기내식도 맛있었고, 시간도 거의 맞춰
운행하고...뭐, 그렇게 크게 불편한 것은 없었다.
다만, 비행기에 VOD가 장착되어 있다고해서 심심하진 않겠다했는데...
우리나라 영화는 고사하고 한글 자막이 나오는 영화가 한편도 없었다는...
인천에서 모스크바까지 9시간 반동안 비행을 했는데...영화는 알아듣지 못하는 러시아어 아님 영어...
그나마도 창가쪽에 앉으니 비행기 엔진소리에 거의 안들리고...심심해서 넘어가는 줄 알았다. ㅜㅜ
우리를 모스크바까지 데려다 준 비행기...SU251.
모스크바까지 날아가는 데 가도가도 구름 아니면 눈덮인 언땅밖에 안보인다.
심심해서 비행기 창문밖 찍기 놀이에 몰입...그나마 좀 덜 심심했어. ㅋ
저녁으로 나왔던 기내식...장어덮밥
(점심으로 나왔던 기내식은 너무 배가 고파 먹는데 바빠 찍지 못했음.
점심때는 한 메뉴가 일찍 떨어졌었는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모두 다 생선요리를 받았었다.)
치킨 아님 생선을 선택하라기에 생선을 선택했더니...헉, 장어덮밥이 나왔다.
나 장어 잘 못먹는데, 잘 못 시켰어...했었는데, 막상 먹어보니 맛났던 기내식. ^^
둘째가 시킨 치킨덮밥. 이것도 괜찮았는데 결과적으로 장어덮밥이 더 맛났다. ^^
모스크바 공항에 착륙하며...
모스크바에 도착할때 하늘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지상에서 본 하늘은 몹시 흐린 날씨였겠지만
비행기가 하강할 때 구름의 모습은...뭐랄까...마치 포근한 솜털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이랄까...
하얀 솜털같은 구름사이로 비행기가 하강할 때의 창밖의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아...그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구름을 뚫고 나타난 모스크바 공항근처의 마을 모습은 동화책에서 본 듯한 아기자기한 집들이
여기저기 서있는 모습이 마치 장난감 나라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공항근처 마을 모습이 동화 속의 마을처럼 예뻐서 찍었는데...너무 사진을 못 찍었다. ㅜㅜ
이번 비행은 날씨가 한몫을 한 탓도 있었겠지만 기장의 비행실력이 정말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비행하는 내내 요동을 거의 느끼지못하고 편안했었고 착륙할 때에도 쿵..하는 느낌없이 사뿐히 내려앉은 느낌이었다. 착륙을 하고나니 여기저기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는...
난 이번 비행기 기장의 실력이 너무 좋아서 박수를 치나보다하고 같이 박수를 쳤었는데, 다른 세번의 비행에서도 착륙후에는 어김없이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마 모스크바 사람들은 비행을 끝낸 후에 수고했다는 의미로 항상 박수를 쳐주나보다. 암튼 총 4번의 비행중에서 첫번째 비행이 제일 편안했다. ^^
그렇지만 역시나 9시간이 넘는 비행은 힘이 든다. ㅜㅜ
9시간 반의 힘든 비행을 마치고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해 환승을 기다리는데,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같이 여행을 떠난 일행들의 모습이 마치 여행을 다 마치고 집에 돌아가기위해 기다리는 모습처럼
다들 지친모습이었다. 이제 여행 시작인데 말이지...ㅋ
아, 그리고 모스크바 공항에서는 환승시에 보안검색대에서 짐검사를 하는데 이때 벨트, 신발도 다 벗으라고 한다. 굉장히 엄격하다. ㅎ
모스크바공황에서 환승을 기다리며 면세점에서 구경한 모스크바 전통 인형들...
열면 속에서 인형이 나오고 또 나오는 바로 그 인형...^^
날씨가 건조한 탓인지 목이 너무 말라 구입했던 물...
물 한병에 3000원이나 한다. 헉~
면세점에서 유로화도 받는데 거스름돈은 모스크바돈으로 주기도 한단다.
그래서 여행사 인솔자가 물건을 살때 최소단위의 유로를 사용하라고 주의를 주기도했다.
신랑은 모스크바돈으로 거슬러 주기에 유로로 달라고 요구해서 거스름돈을 유로로 받았다.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3시간 반의 비행끝에 로마공항에 도착했다.
환승한 비행기는 옛날기종으로 VOD도 없고 좀 낡았지만, 좌석은 오히려 넓고 편했다.
비행기내에 개인VOD도 없고 큰 화면도 없으니 비행기 출발전에 안전수칙을 알려주는 타임에
승무원들이 비행기 중간중간에 서서 직접 몸으로 안전수칙행동들을 보여준다.
몇번 안되는 비행경험이지만 이제껏 화면으로만 보던 모습들을 승무원들이 눈앞에서 직접 시연해보이니
그 또한 색다른 경험이었다. ^^
아무튼 무사히 로마공항에 도착...이탈리아에서는 단기 관광객들에게는 입국신고서 없이 여권만으로 빠르게
입국수속을 해 준다.
근데...밤이어서 그랬을까...로마공항이 너무 더럽다. 곳곳에 널린 쓰레기며, 화장실에선 냄새가 장난이 아니고...이렇게 더러운 국제공항은 첨이다. -.-
나중에 알고보니 로마에는 공항이 두개가 있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과 국내선과 저가항공사들이 운항하고 있다는 치암피노 공항. 우리가 이날 내렸던 공항은 아마 치암피노 공항이 아니었을가 싶다.
일행 모두 짐을 찾고, 인솔자가 우리가 타고 갈 버스를 찾으러가면서 공항에 소매치기들이 많으니 띄업띄엄 있지말고 한군데 모두 몰려있으란다. 버스기사와 접선하러 간 인솔자를 기다리고 있는데, 공항에 있던 이탈리아 남자가 우리를 보더니 갑자기 강남스타일~~하면서 말춤을 춘다.
듣던데로 유럽에서 싸이의 인기가 대단한가보다. 같이 호흥을 해줘야될 것 같은데 긴 비행시간에 치진 일행 모두 무표정한 모습으로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었다. 그사람...많이 쑥스러웠겠다. ^^;;
이렇게 이탈리아 여행이 시작되었다. ^^